코비드 팬데믹에 더해 독감시즌까지 겹치니 “올 겨울을 어떻게 무사히 넘길까” 전전긍긍하던 것이 1년 전이다. 그리고 똑같은 문제가 또 다시 닥치고 있다.
지난해 3월, 팬데믹이 선포될 때만해도 “가을쯤이면 끝나겠지” “설마 가을까지야 가겠어?” 하던 것이 일반적 반응이었다. 그런데 해를 넘기고 다시 독감시즌이 닥치도록 코비드-19은 물러나지 않고 있다. 코비드 백신이나 부스터샷과 독감 예방주사를 같이 맞아도 괜찮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그나마 위안을 받는 상황이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부분 정신건강 문제의 뿌리는 스트레스이다. 삶은 끝없는 스트레스의 연속, 스트레스 없는 삶은 없다. 부모 자녀 부부 연인 직장상사와 동료 등 모든 인간관계는 툭하면 삐걱거리고, 일하고 의식주 챙기며 먹고 사는 일 전반이 스트레스를 몰고 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손쉬운 해법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만나 답답한 속 털어놓기. 같이 어울려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한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만남이 제한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울, 불안, 고독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노년층 그중에서도 혼자 사는 노인들의 고립감이 심각하다.
연방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혼자 사는 노년층은 1,380만 명 정도. 시니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만큼 고립감과 싸우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된다. 미시건 대 연구진이 지난해 ‘건강한 노년’을 주제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팬데믹 이후 고립감을 느꼈다고 응답한 노년층은 56%. 2018년 같은 조사 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혼자 살면 이따금씩 외로움이 찾아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고, 팬데믹으로 남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적어지니 고립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년의 고립은 기분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독감이 흡연이나 과도비만에 버금가게 건강에 나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외로움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를 보면 외로운 사람들, 특히 고독한 시니어들은 혈압과 스트레스가 현저히 높다. 노년층은 보통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지병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고독감이 겹치면 지병은 악화하기 쉽다. 즐겁고 행복하면 건강도 좋아지는 현상의 반대이다.
사회적 고립은 종종 나쁜 습관을 갖게 하는 것도 문제이다. 외로움이 깊다보면 엉뚱한 데서 정신적 위안을 찾곤 한다. 보통 음주와 흡연이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운동이나 산보 등 육체적 활동은 하지 않고 식사도 대충 때우면서, 과도하게 술을 마시고 줄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도록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노년의 고립은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혼자 지내면 하루 종일 입을 뗄 일도 없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자극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고, 그만큼 지적능력 감퇴는 빠르게 진행된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노년의 고독은 알츠하이머 위험을 거의 두 배 높인다. 아울러 이상 조짐이 있어도 방치되니 결과적으로 병을 키우게 된다.
외로움이 건강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짙다. 그런데 이 부정적 그림자를 걷어낼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루 15분의 대화이다. 혼자 살아도 하루 15분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 외로움으로 인한 나쁜 영향들을 줄일 수가 있다고 한다. 직접 대면, 영상통화 아니면 그냥 전화통화도 좋다. 가족이나 친지가 혼자 산다면 좀 더 관심을 갖자. 대화라는 돈 안드는 약을 넉넉하게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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